신생 스위트워터 : 綾波は窮極奧義「ポカポカ」を体得し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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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삼모사 by AyakO

구로동으로 온 이래, 월요일은 내게 가장 힘든 (그리고 왠지 나만 힘든 것 같은) 날이 되었다.
아 물론 대부분 직장인들이 월요일을 제일 힘들어하긴 하겠지만...

대부분 직장인들은 그걸 고려해서, 나와는 달리 일요일 일찍 자겠지 -_-


월요일 오전 빡센 전환자드레싱회진을 끝내고 나면 (어차피 직접 드레싱하는 것도 얼마 없지 않냐고 할 수 있지만... 때로는 그냥 몸빵하는 게 더 편할 때도 있는 법 아닌가. 챙길 게 없으니)  잠시 쉴 시간이 생기지만, 학생들이 실습을 나오면서부터 2주마다 월요일 오전에 회진 후 학생 토픽 발표를 들어줘야 하니 소중한 낮잠의 시간이 사라진다 -_-

그리고 한시반부터는 무아지경의 발닦기 외래.
이게 대략 다섯시 반 ~ 여섯시쯤 끝난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남들은 이 외래가 끝나면 대부분 자기 남은 할 일만 조금 더 하고 퇴근한다
(대부분은 '자기 남은 할 일'이 이미 없어진 상태라 바로 퇴근한다)
근데 난 오후 내내 외래에서 발닦고 있었기 때문에, 남들이 퇴근할 때에서야 '나의 남은 할 일'을 시작하게 된다.
게다가 액팅 치프다보니 '나의 남은 할 일'이라는 게 아무래도 남들의 남은 할 일보다 양이 좀 많다 -_-
그래서 거의 매 주 월요일 주치의랑 환자 맞춰보고 정리하고 화요일을 대비한 치프 회진을 돌고 나면 이미 아홉시 열시다.
그 때부터 화요일 오전의 wound conference를 준비해야 한다.
(물론 이 짓도 3년째 하다보니, 3년 전엔 한 두 시간 걸리던 것도 이젠 10분이면 하긴 한다 -_-)

대충 느낌이 전달 됐는지 모르겠지만, 월요일이 유난히 힘들게 느껴지는 건 결국 '상대적 박탈감' 때문인 것 같다.
남들은 앗싸 하고 6시경에 퇴근하는데, 난 그 때부터 일을 시작하는 느낌이라.
그럼 오전 회진 끝나고 나서 쳐 자지 말고 오후 외래 시작하기 전에 미리 정리하면 되지 않냐, 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월요일 거의 대부분의 환자가 f/up lab이 나가니 이거 결과가 나오기 전엔 환자 정리한다는 게 별 의미도 없고, 게다가 금요일과 주말에 걸쳐 발생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또는 월요일 총회진 때 언급되었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각 과 앞으로 내놓은 컨설트들의 결과도 확인해야 하니 오전에 정리한다는 건 별로 현실적이지 못하다. 게다가 월요일 오후 외래에서 입원장 받고 월요일 저녁에 입원하는 환자, 또는 화요일 수술 예정으로 월요일 오후나 저녁에 입원하는 환자도 항상 몇 명씩 있는데 이들을 오전에 미리 챙길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물론 여기서 또 하나 아주 커다란 문제점은 내가 남들보다 확실히 일처리가 느리다는 거긴 하지만....
환자 전원의 lab 결과 까보고 과거 것들과 비교해서 증감을 확인하고, 컨설트 결과 확인하고, 간호기록지 까봐서 호소하는 문제 있나 확인하고, 다른 과에서 내놓은 컨설트 확인하고, 주치의 오더 빵꾸난 거 확인하다보면 한 두시간은 우습게 지나간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내 회진을 위한 준비 과저일 뿐이고, 이후 주치의와 회진을 돌다보면 또 이런저런 손볼 것들이 우후죽순으로 솟아난다. 중간중간에 드레싱 빼서 보고 하다보면, 정말 회진에만 세 시간 이상 투자하는 경우도 즐비하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요일 오후나 저녁마다 병원에 나가 회진을 돈다.
월요일 아침에 내가 새벽 네시 반에 출근하지 않는 한, 브리핑 전에 환자 정리하는 치프 회진을 적어도 내 능력으로는 돌 수 없는 것이다.
(주중에도 마찬가지로, 오전 브리핑 전에는 간단한 변동사항만 확인하고, 항상 전날 저녁에 브리핑 준비를 마쳐둔다.
아침에 일찍 움직이는 게 힘든 야간형 인간...)
게다가 짬짬히 틈이 날 때마다 조금씩 일을 해두는 걸 절대 좋아하지도 않고 잘 하지도 않는(버릇이 안 된 건가...) 타입이다보니 (일은 한 번에 몰아서 해야 집중도 잘 되고 결과도 더 좋다) 위에 열거한 일들을 한 꺼번에 작정하고 앉아서 하지 않으면 안심이 안 된다(...)


근데 원래 하려던 얘긴 이런 투덜거리는 게 아니고


아무튼 늘 그렇듯이 씨잘데기 없는 짓 하느라 일요일 밤... 아니 월요일 새벽 네 시가 다 되어서 잠자리에 든 나는, 주말의 찜통더위에 결국 끄집어낸 선풍기를 켜놓고 잠을 청했었다. 근데 선풍기 바람 때문이었는지 그냥 재수가 없었던 건지, 자는 도중에 벽에 붙여놓았던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序의 프로모션 브로마이드가 벽에서 떨어져버렸다. 워낙 사이즈가 큰 녀석인지라, 종이라고는 해도 벽에서 떨어지면서 꽤 커다란 소리로 펄럭거린 모양이었고 게다가 그게 내 몸 위로 떨어졌으니 난 잠이 깼다. 잠이 깬 이유를 파악하는 데에 약간의 시간이 걸린 후 일단 브로마이드를 대충 말아서 침대 발치로 내려놓고, 시계를 바라보니 다섯시 반. 일어나야 할 기상 시간보다 대략 한 시간 전이었다.
여기서 나는 바보같이 순간적으로 '행복감'을 느꼈다. 아아 한 시간 더 자도 되는구나아. 알람소리에 깬 게 아니라 그냥 에바 포스터 소리에 깬 거였어. 더 자자-

가만히 생각해보면 여기서 한 시간을 더 잘 수 있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애초에 벽에서 떨어진 브로마이드의 펄럭이는 소리 따위 한심한 이유로 잠이 깨지 않았다면 주욱 이어서  계속 잘 수 있었을 테고, 그렇게 잔 두 시간 반이 한 시간 반 자고 중간에 일어났다가 다시 한 시간 자는 것보다는 모든 면에서 유익했을 테니 말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보니 스스로가 조삼모사 원숭이만큼이나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아니... 조삼모사 원숭이들은 적어도 뭘 손해본 건 아니었는데, 난 오히려 잠을 중간에 깼으니 손해본 거잖아--). 논리적으로 생각해보면 전혀 기뻐할 일이 아닌 사소한 일에 무려 '행복함'씩이나 느끼다니.


....하지만, 역시나 가장 한심한 건 밤에 저것밖에 안 자고 낮에도 한 숨도 못 자고선 집에 열두시 넘어 들어와서도 바로 안 자고 아직까지 이딴 헛짓거리나 하고 있는 것이겠지 -_- 피곤해서 뒈지려고 하면서 -_-_-_-_-




..........그래도 이제 병원 출근할 날 100일밖에 안 남았다.
(101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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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09/06/23 09:16 # 삭제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bobo 2009/06/23 10:59 # 답글

    -_-저 아래 호시농의 액팅 스마일을 보며 위안하라우.
  • 鬼畜の100 2009/07/02 16:21 # 답글

    이것이 바로 관리직의 비애...;ㅁ;
    화상환자 받고 하는 시설의 성형외과는 정말 바쁜것 같더군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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