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4월 20일
ZEONIC FRONT 제 1장 항공기지 제압 (5)

가장 무서운 순간은 최초의 경계초소가 니키의 자쿠에 공격을 가했을 때였다. 한 가닥 채찍 같은 예광탄이 그의 자쿠에 빨려들듯이 날아왔다. 하지만 기관포 정도로는 자쿠의 장갑을 뚫을 수 없었다.
"어이, 신참, 뭘 하는 거야!"
루 로아 소위의 질책에 정신을 차린 니키는 경계초소를 향해 머신건을 들었다. 하지만 그보다 빨리 그의 후방에서 한 발의 포탄이 경계초소를 날려버렸다.
"맡겨주시죠, 로베르토 소위님. 엉덩이는 내가 지켜드릴 테니까, 앞이라도 똑바로 보세요"
"아, 알았어요"
'소위님'이라는 매트의 말에 존경의 뜻이 담겨있지 않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니키는 그 이상 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 지금은 뒤쪽의 오스틴 군조에 대해 생각하기는 커녕 전방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었다.
"신참, 내가 보이나?"
"보입니다, 루 로아 소위"
"그러면 됐다. 네 역할은 전위인 날 지원하는 거니까. 자기 눈앞밖에 보지 못해서야 팀이라고 할 수 없지"
"알고 있습니다"
니키는 아까 전부터 '알았습니다'라고밖에 말하지 못하는 자신이 한심했다. 하지만 오스틴 군조도 루 로아 소위도 한 말이 전부 정론이었다.
시뮬레이션에서는 몇 번이나 겪어본 상황이었지만, 사관학교에서 배웠던 수많은 지식이 지금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것 같았다. 지식만 우주에 쏙 빼놓고 내려온 것마냥 말이다.
그렇지만 몸이 기억하고 있는 것도 있었다. 다음 경계초소는 그가 머신건으로 꿰뚫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한 발로 끝장냈는데도 불구하고 오스틴 군조도 루 로아 소위도 한 마디 칭찬해주는 게 없었다. 그리고 한 발째로 모자라서 두 발로 경계초소를 침묵시키자 '탄환 낭비하지 마'라고 바로 질책한다.
처음에는 그도 그런 점이 불만이었다. 너무 심한 걸 요구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전진하면 할수록 그는 그 의미를 알아차리게 되었다. <암야의 펜릴대>에서는 한 발로 적을 쓰러뜨리는 게 당연한 거다. 이제 막 만들어진 부대지만, 아무리 신참이라고 해도 니키 로베르토 소위에게는 그만큼의 실력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곧 그가 신참이기는 해도 한 사람 분의 전력으로서 기대받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서 기뻐할 여유가 그에게는 없었다. 니키는 자각하지 못하고 있어지만, 콕핏 속의 그는 침착하지 못하게 닭처럼 머리를 위아래로 흔들어대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게 되려 다행일 때도 있는 법이다.
"주의하세요, 근처에 급격한 열반응과 자장의 변동이 관측됩니다!"
이번 임무에서 오퍼레이터를 맡고 있는 샤를로테 헤프너 소위의 목소리였다.
- 그녀도 진지하구나.
어쩌면 그녀의 목소리의 떨림을 눈치 챈 것은 그 혼자였을지도 모른다. 니키는 샤를로테에게 신참끼리의 우정 같은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모니터의 한 쪽 구석에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을 발견했다.
"10시 방향에 적 발견, 데이터 송신합니다!"
니키는 모니터에 포착된 영상을 후방으로 송신했다. 곧바로 오퍼레이터의 회답이 돌아왔다.
"그 적은 빅 트레이에요!"
"빅 트레이가 뭐지?"
니키는 샤를로테에게 묻는 것이었지만, 대답은 게라트 소좌가 했다. 통신기 안에서는 루 로아 소위의 한심하다는 듯한 한숨 소리도 들려왔다.
"간단히 말하자면 육상전함이다"
"육상전함이라고요!"
"당황하지 마라 신참, 전함이라고 해도 이차원 평면으로밖에 움직일 수 없어. 삼차원을 움직이는 우주공간과는 다르다고. 사각으로 돌아 들어가면 간단해"
"간단하다니... 루 로아 소위"
"소위님은 사관학교에서 대함 전투는 배우지 않은 겁니까"
"그 정도는 배웠지"
"좋아, 결정됐다. 신참, 갔다 와라"
"갔다 오라니, 나 말입니까?"
"소위님 말고 우리 셋 중에서 신참이라 불릴 파일럿은 달리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걱정 마라, 신참. 놈이 이상한 움직임을 보이면 우리가 확실하게..."
"원호해준다는 거죠"
"원수는 갚아줄게"
하지만 두 사람이 말하는 것 만큼 비정한 것은 아니었다. 루 로아 소위와 오스틴 군조는 전에 같은 부대에 있었던 것 같았다. 그 탓에 두 사람의 자쿠는 서로 지형을 이용하면서 상호 지원하는 가운데 빅 트레이의 정면으로 접근해 갔다.
니키는 그 사이에 빅 트레이의 후방을 향해 돌아서 이동했다. 그것은 이동이라기보다는 도약에 가까웠다. 그도 지형을 이용하는 것 정도는 배웠었지만, 그것을 아직 실전에서 직접 살리지는 못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자쿠로 도약을 한 것이었다.
"뭘 생각하는 거야, 저 바보는"
루 로아 소위의 한심하다는 목소리가 통신기 속에서 들렸다. 어쩔 수 없었다. 니키 자신도 자신이 뭘 하려는지 잘 알 수 없을 정도였다.
자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빅 트레이의 뒤로 넘어갔다. 빅 트레이도 이런 습격 방식까지는 예상치 못했다. 그리고 니키는 자신이 빅 트레이의 뒤쪽 정면에 착지함을 느꼈다.
그 뒤는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탄환 낭비라는 말을 들어도, 그는 총탄을 계속해서 빅 트레이에 쏘아댔다. 빅 트레이가 폭발하지 않았다면 매거진을 통째로 쏟아부었을지도 모른다.
"...바보 놈! 폭발에 휘말려들어 죽고 싶냐! 폭발이 크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루 로아 소위가 질타하는 목소리도, 그에게는 자신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실감시킬 뿐이었다.
- 나, 이긴 거야.
빅 트레이가 격파당하자, 항공기지의 사령관은 곧바로 항복했다. 하지만 그는 기지의 부대를 전부 장학하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사령관의 무장해제 명령에 따르지 않은 병사들도 많았다.
그 이유는 이 항공기지의 병력이 여기저기서 끌어 모은 게 많았기 때문이었다. 기지방위대 등에 임시로 몸을 의탁하게 되었지만, 임시는 결국 임시일 뿐. 몇 개인가의 부대는 몰래 운송용 헬기로 항공기지를 탈출하는 데에 성공했다. 그런 병사 가운데 에이거 소위의 전차 부대도 포함되어 있었다. 무장해제의 명령은 그들이 이동 중일 때 내려졌었다.
"그 줏대 없는 사령관이 조금만 버텨줬다면 우리들이 그 MS를 격파했을 텐데"
사카키 군조의 말에 병사들은 모두 동의했다. 사령관은 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들은 진 게 아니다. 그들의 표정은 패잔병의 표정이 아니었다. 리턴매치를 기다리는, 전사의 표정이었다.
"그보다 너희들, 정말로 나와 함께 갈 거냐?"
에이거 소위는 조금 놀랐다. 원래는 겉모양 뿐인 부대에 겉모양 뿐인 지휘관이었는데, 어느 사이엔가 소위와 부하들 사이에 새로운 연대감이 생겨난 것이었다.
"예, 따라갈 겁니다"
사카키 군조가 대표로 대답했다.
"왜 따라오는 거지? 날 따라와 봤자, 훈련밖에 기대하지 못할 텐데"
"상관 없습니다. 우리들도 생각이 있다고요"
"무슨?"
"포술이란 걸 장교에게서 제대로 배워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거죠"
- 제 1장 항공기지제압 완료 -
# by | 2008/04/20 17:04 | Work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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