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저런 이유로 언급은 안 하고 있었지만, 7월 17일부터 22일까지가 휴가였다.
모종의 이유로(빵꾸를 많이 내서) 일요일(16일)부터 나갈 수도 있던 것을 17일에, 그것도 밤에 할 일 다 해놓으려다가 갑자기 잠이 쏟아지는 바람에 대차게 자버려서(...) 오후 4시까지 뒷정리 하다가 뒤늦게 병원에서 나오긴 했지만, 어쨋거나 5박 5일(...)을 병원 일에 대한 걱정 없이 보낼 수 있다니 이 얼마나 꿈같은 일인가.
생각해보면 언제나 나의 희망과 기쁨과 행복을 그냥 두고 보지 못하는 어떤 씨발년 덕분에 최근 몇 년 간 내 휴가들은 뭐 하나 제대로 이뤄진 게 없었다.
2004년 여름, 지긋지긋한 폴리클이 끝나고 맞이한 휴식 기간. P모 여사와 함께 난생처음으로 부산이라는 항구도시를 방문하게 되었다. 심야 고속버스를 타고....
내가 탄 고속버스는, 서울을 벗어나는 순간 고장이 나서 서버렸다. 결국은 한참 후에 달려온 다른 버스로 갈아타야만 했었다.
2005년 초, 졸업 기념으로 혼자 다녀온 일본. ...모두들 알다시피 이름모를 어떤 중국인에게 2만엔이라는 거금을 기부해버리고 말았다. 본의 아니게.
2005년 9월, 휴가(이 때도 추석 연휴랑 겹쳐서 엄청 손해 봤다). TGS에 뛰어들었었다. 이번에도 혼자 가게 되었다(현지에서 합류한 일행은 많았지만). 원래는 두 사람 중 한 명은 되겠지 라고 생각했었으나, 예전에도 포스팅했었듯이 무서우리만치 치밀한 음모에 휘말려들어 결국은 혼자 가게 되었다. 돌아올 때 비행기 놓친 건 넘어가기로 하자
뭐 그 사이 및 그 이전 몇 년 간 계획만 짜다가 이런 저런 이유로 해협을 건너지 못한 에피소트들도 넘어가기로 하자. 새삼스러우니까.
아무튼.
과거의 불행은 과거에 남겨두기로 하고(정말?).
온 세상이 항상 적으로 돌아서는 것만 같은 압박감을 항상 받게 되는 주치의라는 존재는 역시 무리를 해서라도 휴가 때는 나라를 떠나야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도 다소 무리를 해가면서 해외탈출 계획을 세웠고(다소..가 아니군), 강행하였다

쨘
5년 만이구나! JAL. 이번에야말로 스카이 드링크를 다시 맛봐주겠어!

지난번 하야트 호텔 바로 옆이라(...그 동네는 24시간 편의점이 없어!) 약간 안타깝지만 출발 전 날 이런 거라도 잡은 게 어디냐! 성수기에! 그날부터 일본도 휴가기간인데! 아무튼 이번에도 럭셔리! 주치의는 몸을 위해 돈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금발의 골 비어 보이는 어떤 여자가 그 돈을 먹는다한들 어떠리
그리하여...
20일, 목요일 저녁은 일식으로 진수성찬을 즐겼다

테츠쿠리(...) 고로케. 원래 고로케는 별로 안 좋아하지만 감자만은 논외다(사실은 P모 제과점 덕분에 치킨 카레 고로케도 맛 들였다)
언젠가 이것만 한 두 세 개 시켜서 쌓아놓고 먹어보고 싶다

스키야키 나베. 스키야키는 처음 먹어보는 거였다. 아래 날계란은 열심히 휘저어준 후 소스처럼 찍어먹는 거란다
...음, 약간 실망. 개인적으로 식당 불고기(국물 있는 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네발달린 짐승 고기가 '단 맛'이 나면 좀 마음에 안 든다. 그래서 양념갈비나 갈비찜보다도 생갈비를 더 좋아하고), 이건 완전히 뚝배기 불고기잖아.

여러 매체(아즈망가, .hack....)에서 접했던 니꾸쟈가. 고기감자조림. 첫 인상은 '스키야키에 감자 넣은 거 아냐-_-?'였지만, 단 맛이 덜 해서 개인적으로는 이쪽이 훨씬 마음에 들었다. 고기가 평소 상상해왔던 chunk가 아니라 불고기마냥 얇은 거라서 약간 당황했지만

참치뱃살 사시미
겉보기와는 달리 별로 시원하지 않은 게 아쉬웠다
하지만 정말 기름진 게 살살 녹더라

마구로 덮밥
...예전에 어디선가 먹었을 때도 그랬는데, 솔직히 말해 이거 어떻게 먹는 게 정석인지 궁금하다
좌측 상단 그릇 안에는 계란찜이 들어있었...는데 맨 밑바닥에 폭탄이 두 개 들어있더라. 하나는 새우(이건 그냥 먹었다), 하나는 거대한 표고 버섯 조각(새우보다 배는 컸다)

종합(...) 까스 고젠. 돈까스, 생선까스, 새우튀김 등등등
둘이서 이렇게 먹으니 배가 터지려 하고, 밥값만 10만원 넘게 들었지만 만족스러웠다. 기분도 나고
자 여기서 깜짝 샷

맥주 세 병도 곁들여 먹었죠
Hite.
네 그렇습니다
비행기표는 분명히 출발 시간이 7월 20일 오전 8:55라고 되어있는데,
7월 20일 오후 8시경 Hite를 마시고 앉아있었습니다
이제는 행운의 씨발년 정도의 칭호로 감히 부르지도 못 할 그년, 명실공히 로드(레이디-_-?) 오브 불행이라고 불러줘야 할 것 같은 그년 덕분에 말이지요
비행기 이륙 2 시간 전에 여행 전격 취소, 항공권 및 숙소 예약 다 취소하고 취소 수수료 오지게 물었지요
왜냐고?
여권이 안 나와서
2박 3일만에(...) 여권 뽑아주는 곳을 찾아내서, 거의 비행기표와 맞먹는 비용을 지불하고 대행을 맡겼는데(퀵 서비스 비용까지 합치면 정말 왕복 비행기표값 나옴), 타이밍 좋게 파파라치들이 종로구청을 애워싸고 여권과로 들어가는 모든 여행사 직원들에 들러붙고, 결국 종로구청 여권과가 48시간동안 봉쇄되고, 외사(형사 비슷한 존재인 듯)두 명이 여권과 틀어막고, 안쪽 인쇄실에서 여권 하나 찍을 때마다 감시하고... 라는 사태가 너무나도 정확한 타이밍으로 벌어졌던 것이다.
덕분에 나 같이 편법(...)을 쓴 사람들 뿐 아니라, 2주 전 개인 자격으로 신청해서 14일 기다리고 7월 20일 받기로 한 사람들까지 모조리 다 못 받아버렸다. 정말 이 나라는 무지막지한 선진국이라니까. 세계 최강의 선진국 미국의 위대한 부쉬 대통령하고 똑같잖아. 테러리스트 잡기 위해서 일반 국민들의 기본권이 침해당해도 할 수 없다.
쉽게 말해, 7월 19일(원래 난 이 날 받기로 되어 있었다)과 20일 이틀간 종로구청에서 여권 받아간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거다(사업상, 출장, 등등의 이유로 기업에서 따로 뭘 발급해주면 받아갈 순 있었다는 것 같다. 이런 것 때문에 수억원짜리 계약이 파기되면 대책 없으니까)
19일, 여권 찾으러 가는 길에 사태에 대한 얘기를 듣고 좌절했다가, 외교통산부 직원 모 씨가 20일 오후 1시까지는 100% 나온다고 해서, 안타깝지만 숙소 취소하기도 뭣하니 비행기 시간을 저녁 6시 10분으로 옮겨서, 2박 3일 여행을 2박 2일로 줄이면서까지 계속 속행하려 했으나,
20일 오후 3시에 여권을 찾으러 간 나는 그 빌어먹을 씨발놈의 외교통산부 직원이 오후 1시부터 2시간째 '5분만 기다려요'를 연발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고, 결국 오후 4시에 포기하고 항공권을 취소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서 고백하자면 울음...은 아니지만 눈물보를 터뜨렸다. 너무 어처구니 없고 억울하고 분해서, 차라리 어제라도 여권 안 나올 거라고 말했으면 어제 취소하고 오늘부터라도 다른 계획 세워서 남은 시간이라도 어떻게 건졌을 텐데 이게 뭐냐고, 나 정말이지 평소 하루에 2시간도 못 자고 오직 이 휴가만 바라보고 산 건데, 그나마도 준비할 시간도 안 되어서 2박 3일이라도 여행 갔다오려고 오진 애를 써서 억지로 강행한 건데 이게 뭐냐고...따지는 도중에 눈물이 터지고 만 거다. 감정이 격앙되고, 너무 억울해서.
정말이지, 19일까지 여권 안 나올 줄 알았으면 애당초 강행하지도 않았고, 여행 준비하느라 시간 허비하지 않고 하다못해 그 시간에 오락이라도 실컷 했을 텐데, 월 화 수 목 금 토 휴가 중에서 목요일 저녁에 이렇게 계획이 틀어지니 6일 받은 것 중 4일을 하수구로 흘려버린 셈 아닌가. 대행사에서 나온 이후의 나는, 겉으로 내뱉는 말은 어떨지언정 감정의 공백 상태가 지속되었다. 지금 이 포스팅을 하는 이 순간까지도.
위에 일식집에서 포식한 건 일종의 한풀이였다. 여행 아작났으니 흉내라도 내보자고. 옆 자리에서는 니뽕 옷상들이 일본어로 대화를 나누고... 나름대로 자기 최면(...)이 걸릴 환경이긴 했다. 의문의 사케 '아랫마을의 나폴레옹' 이이치코도 먹어볼 걸 그랬나.
이 정도 쯤 되고 보니까, 대행사에서 눈물 좀 뽑고 나서는 정말 머릿속도 텅 비고 별다른 감정도 안 솟더라. Fatalistic attitude라고 해야 하나? 2월쯤에 있을 겨울 휴가 3일간, 2박3일로 반드시 다녀오리라 다짐하긴 했지만, 그건 7개월 후. 그 때까지 살아남을 자신도 별로 없고 말이지(진짜로).... 만나는 친한 사람마다 입으로 그 씨발년에 대한 욕설을 퍼붙고, 저주도 무슨 엄청난 대왕저주에 걸린 것만 같은 스스로의 운명이 비참하기 짝이 없지만, '새삼스러울 거 있나, 원래 내가 밟아오는 길이 이랬지'라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원통함이나 분노는 되려 평소보다 덜 하다.
다만, 정말로, 당장 8시간 후부터 시작될 서바이벌 근무를 버텨낼 자신감을 엄청나게 상실해버렸지만 말이다. 원기충천의 기회를 이토록 비참하게 빼앗겨버려서.
어쨋거나,
2004년 여름부터 시작해서 4번 연속 휴가 여행에 차질이 생겼고, 해마다 더 심각해지니 내년 쯤에는 그냥 비행기 사고로 세상 하직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농담 아니고.
그리고 정말 심각하게 묻는 건데 누구 용한 무당이나 뭐 그런 거 아는 사람 있으면 좀 알려주길. 씨발.







덧글
屍君 2006/07/23 04:29 # 답글
...이건 로드 수준이 아니라 카이저 오브 불행이라고 불러야 하는 거 아닌가요.. orz정말 아야코님의 전쟁일기를 보고 있으면 눈물납니다.
그린필드 2006/07/23 13:42 # 답글
카이저, 마인 카이저.부디 우주를 손에 넣어 주ㅅ...
ameria0 2006/07/23 22:31 # 삭제 답글
아랫마을의 나폴레옹은 결국 알아내지 못 했다. (...)ddudol 2006/07/23 23:42 # 답글
아 덜덜ㄷ러AyakO 2006/07/30 04:19 # 답글
屍君 // 저와 접촉한 T 모 양(25세)은 뒤이어 지하철에서 변태 만나 -> 열차에서 내리니 또 다른 변태 만나 -> 커피숍에서 누군가가 의자를 얼굴 위로 떨어뜨리는 사태에 직면했죠.전염은 무섭습니다
그린필드 // 금발의 애송이는 생각할수록 싫어지는 캐릭터 [...]
ameria0 // 겨울엔 현지에서 알아보도록 하자 꼭 (...)
ddudol // 덜덜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