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4월 30일
게이머즈 2005년 1월호 (2)

PS2 게임 공략 - 드래곤 퀘스트 8 ~하늘과 바다와 대지와 저주받은 공주~
운명(...)이 걸린 의사국가고시를 약 두 달 앞둔 시점. 역시나 돈이 궁해서(...) 뭔가 간단한 일거리 없냐고 강승룡 기자니마한테 물어보니 다음 달은 대박만 세 갠데 하나 고르겠냐더라. 세 개가 무엇인고 하니
1. 드퀘8
2. MGS 3
3. 킹덤하츠 체인오브 메모리즈
...참 우울한 선택지였다
킹덤하츠는 캐릭터 디자인(특히 소라)이 너무 토 나와서(나 어느 새 이렇게 안티 노무라가 된 거지...) 거들떠보기도 싫고, MGS3는 솔직히 자신 없고, 드퀘8은... ...난 '간단한 일거리'를 원하는 거였다고!
그리고 약 보름 후 가만히 있는데 드퀘8 하겠냐는 연락을 받았다.
고민했다.
이거 잘못 건드렸다가 원고도 펑크내고 나 공부도 못해서 시험 떨어지고 결국 일년 더 공략만 하는 거 아니야(...)?
하지만 날짜를 세어보고는 안 되면 막판 스퍼트 미친듯이 불태워서 어떻게든 해보지, 라면서 덥썩.
그렇게해서 총 66페이지에 달하는, 공략단행본을 제외하면 내 필자 인생 최대급의 장절한 사투가 시작되었다.
예전에도 했던 말이지만, 난 DQ 시리즈와는 인연이 거의 없었다.
DQ4를 하긴 했었는데 세이브가 안 되는 불량 팩이었던지라(...) 1장만 대여섯번 클리어한 끝에 결국 때려친 뒤로 왠지 정이 안 갔다고나 할까. 5의 주인공이 생긴 게 마음에 안 들었다는 점도 작용했고(...뭐 7만했겠냐마는) 그러니 어떻게보면 난 이 게임을 공략하기에 적합지 못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종의 '자존심이 걸렸다'는 스스로의 마음가짐도 있었고, 국내에도 (FF보다는 적겠지만) 상당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고 일본에서도 몇 년 만에 돌아온 국민게임으로서 메가톤급 폭발을 일으킨 킬러 타이틀을 맡게 되었다는 것도 있고, 무엇보다도 '예상치 못했는데 정말로 스토리 진행 및 플레이에서 재미를 느끼고 몰입해버려서' 작업이 진척될수록 생각지도 않게 힘을 기울이게 되었다. 결과적으로는, 내가 한 모든 공략 중에서 '힘을 얼마나 썼는가'를 따지자면 다섯 손가락, 아니 세 손가락 안에 들지 않았을까 싶다.
본편 볼륨만으로도 압도당할 것 같아서 처음부터 어시스트를 기용했다. 예나 지금이나 어시스트의 일은 데이터 정리. 나는 스토리 공략에 전력투구했다. 마을이나 성 같은 곳에서 여기저기 주인공 일행에게 강제징발(...)당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아이템이 꽤나 많길래 이것들을 정리하기 시작하다가 나중에 후회하기도 하고('뭐가 이리 많아! 알아서들 찾으라 그래!'), 뭐 대사를 다 박아넣는 것은 잡지 공략에서 인간이 할 짓이 못 되었지만(닷핵처럼 볼륨이 적은 것도 아니고...) 중요한 대사는 거의 다 집어넣느라 낑낑대고... 그 와중에 진행 도중 근처에서 발견할 수 있는 스카우트 몬스터들도 쫓아다니느라 맵을 헤집고 다니고. 담당 기자가 무려 sexy dragon
솔직히 말하자면 RPG 공략, 특히나 일어 RPG는 참 쉬운 것 같다. 길따라 가면서 다음엔 어디로 가서 뭘 찾아라 정도만 가지고 썰을 풀고 적당히 대사 박아주면 왠만큼 해결되니까(...요즘은 다른 거 뭣같아도 대사만 많이 집어넣으면 인기폭발인 것 같다) 특이한 적이 나오면 대처방안 정도 알려주고. 나머지는 순 데이터 정리. 그래도 이 원고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신경을 쓰고 애정을 기울였는데, 그 원인 중 제일 큰 것은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이 게임이 내 마음에 들어버려서'였다
무지막지 긴 엔딩(...엔딩 대사가 끝나질 않잖아!)과 진 엔딩까지 마무리짓고 나서 시스템 및 데이터 정리에 돌입(그나마 다행인 것은 DQ 시리즈가 전통적으로 장비품의 종류가 상대적으로 적다라는 것일까나). 이것만해도 정말 오래 걸렸다. 토벌 몬스터 리스트 같은 녀석은 깨알같은 글씨의 표만으로 3페이지를 넘었으니까. 하지만 이런 부분이 또 의외의 재미가 있다. 특히 캐릭터 소개... 주인공과 제시카의 소개문은 특히나 재미를 느끼면서 쓸 수 있었다.
미리 부탁했던 지도에 스카우트 몬스터 위치와 각 중요 지역 위치 박아넣고... 특히 맵 페이지는 처음에는 세계지도 범례가 잘려버려서(...) 구겨넣을 수 있도록 조율하느라 좀 힘들었다
결국 뒤늦게 완성된 결과물은 개인적으로도 상당히 자신있게 내놓은 물건이 되었다. 이제는 (똘추웹에서의) 반응을 기다리는 것뿐. 여담이지만 도비라를 뭘로 넣을지 때문에 좀 문제가 생길 뻔 했다. 조산명 씨가 워낙 자기 그림 쓰는 것에 민감해서. 결국은 그냥 강행(?)하게 된 것 같지만.
도비라 위에 박아넣은 '데스 세이레스는 제시카에게 빠바박을 해줬다! 하지만 제시카는 승리의 웃음을 지어 보였다!'는 문구는 게임 플레이 도중 실제로 직접 보게 된 메시지가 너무나도 마음에 들어(이런 센스쟁이들!) 바로 차용.
...교정지를 보면서도 얀거스의 인정 스킬 표가 송두리째 빠졌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은 천추의 한으로 남았다. 하긴 뭐 알아차렸어도 구겨넣을 공간은 없었을 것 같지만(...)
결과는... 음, 슈로대 공략이 실린 것도 아닌데 초유의 매진사태, 잡지가 레어물품 취급받고 프리미엄 붙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사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게 내 원고가 아니었을까 하며 혼자서 좋아했다(...) 한동안 똘츄웹 공략실 돌아다니면서 반응을 살펴보며 기분좋아하는 게 일상이었다(...칭찬에 졸라 약한 인간입니다 네) 그러다가 안 좋은 소리 쓴 거 보면 바로 빠직(애자 취급도 당하고 어느사이엔가 FF 빠돌이까지 되어서 실소를 금하기 어려웠던 경우도..)
사실 공략 본문에도 분명히 써넣은 말이긴 한데 원래 이상한 걸로 시비거는 입장에선 그런 거 눈에 안 들어오고 봐도 기억나지 않으니까. 아무튼 가장 많이 들은 쓴소리는 '레벨이 무식하게 높다' '이 레벨에 맞춰서 진행하란 말이냐. 레벨 노가다를 얼마나 하라는 거냐' '이 레벨로 이런 곳에서 고전했다고 쓰다니 애자임이 틀림없다' 같은 거였는데, 개인적으로 RPG를 플레이하면서 스스로 느끼는 적정 레벨은 '일반 몬스터를 상대하는 데 있어서 통상공격만으로도 충분한' 수준, 좀 넉넉하게 잡자면 가장 공격력이 강한 캐릭터의 일격으로 일반 몬스터를 쓰러뜨려서 쾌속 진행이 가능한 수준... 이다. 물론 DQ는 전통적으로 그런 스타일이라기보다는 한 전투 한 전투에서(특히 보스전) 보조마법도 많이 쓰고 기타 이런저런 짓을 많이 해야 한다지만, 나는 그런 게 귀찮아서 무식하게 힘으로 찍어누를 수 있을 때까지 레벨을 올리는 편을 선택했던 것이다(피라미 따위한테 보조마법이나 최강필실기 특수기를 써야 한다면 그건 내 레벨이 부족하다는 반증이라고 느낀다).
나처럼 무식하게 레벨을 올려서 단순하게 머리 안 쓰고 싸울지, 아니면 주어진 시스템 내에서 활용 가능한 모든 것들을 총동원해서 전술적으로 싸울지는 플레이 스타일의 선택 취사여부라고 분명히 썼건만, 그게 깡그리 무시당하고 '듣자하니 DQ는 하나도 안 했고 FF는 다 했다더군요' 같은 어이없는(내가 스퀘어를 어떻게 생각하는데 ㄱ-) 소리나 나오는 건 정말 기분 나빴다.
아무튼.
이걸 끝내고 도서관으로 복귀하니까 사람들이 반겨주더라(...) 이제 3주 남았는데 공부 시작하는 거냐고(...)
그리고, 이 한 방으로 받은 거액(.....)의 원고료는 며칠 지나지 않아 PSP 값으로 상당부분 소실되었다(...)
작업 내내 회사에서 PSP 구경하면서 듣던말이 현실이 될 줄은, 나도 몰랐었는데 말이다.... ('이걸로 PSP 장만하기로 했다면서요?' '이제 PSP 살 수 있겠네...')
어쩔 수 없이 모 공략 사이트의 공략과 많이 비교되었는데, 솔직히 가서 보니까 그 쪽이 더 잘 한 것 같긴 하더라. 시리즈 대대로 몰입해온 애정 같은 것도 느껴지고(내게는 아무리 해도 그런 건 없었으니까. 이번 작품은 정말로 내 마음에도 들었고, RPG 게이머라면 누구나 강력 추천해주겠지만), 내가 한 것보다 좀 더 철저히, 좀 더 친절히 한 게 보였다. 두 번째로 많이 나온 불만이었던 '연금술 힌트가 너무 없다'(이건 정말 생각도 못 했음. 내가 그랬듯이, '표만 박아주면 그거 보고 알아서 하겠지'라고 생각했었다) 는 문제점도 해결해주고 있고.
아무튼. 아직 안 해 본 사람, RPG를 좋아한다면 꼭 해보기를. 이 녀석은 정말 물건이다.
# by | 2006/04/30 05:49 | Arbeit macht Frei | 트랙백 | 덧글(14)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DQ8은 저도 종종 읽곤(할 일은 없겟지만..) 하죠 나름 재미도 있고..
그런데 솔찍히 그떄 잡지를 산 원인은 MGS 3 공략때문이였는데... 그달은 초반만 나왔고, 다음은... 게임을 안하는 저로서는 쓸수가 없더군요.. 하긴 정발나온 물건을 예전처럼 스토리 다 뽑으면서 할 수는 없겠지만..(제가 군에서 본 옛날 것중에 가장 좋았던것이 MGS 2 하고 컬트셉트2, MGS 2는 스토리를 읽으면서 아주~ 고마워 했었지요.. 딱 그걸 기대했었던... 컬트셉트2는.. 인터넷에 설정등등이 있을줄 알았는데, 솜씨가 없어서 못찾는...)
하지만 DQ8의 공략이 생각외로(..전혀 생각을 안하고 있었죠...) 마음에 들어서 만족...
루리웹은 인연이 없지만(..사항이 딸려서) 그러고보니 나오기전 좀 게임과는 거리있는곳에서 악성루머(..)를 들은적이 있었는데, 2달에 걸쳐 나온다는것..
그러고보니.. 인정이 표가 빠진것이였군요.. 전 계속 다른것 오기로 생각했었던(..지금 막 꺼내와서 세어보니 안거스만 4개로군요...)
덧붙여서, 지나간 일은 잊어버리시길 바랍니다. 기회는 또 옵니다.
그러고보니 제 동생도 공략을 보면서 이때 어떻게 이렇게 레벨이 높냐고 하면서도 결국엔 레벨로 밀어붙이더군요 ^^;
뭐 전체적으로는 매우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시카 빠후빠후(억양주의?) 라던가, 실크 비스체 라던가(...)
DQ7(6이었나. ㄱ-?)도 어시했다가 질려서 본편은 안 하고, 이것 역시 어시했다가 질려버렸 (..)
정말 열 뻗치는 거죠.
내는 DQ 8 엔딩에서 괴조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쵸 감동했심.
저도 예전에 게임월드 등에서 공략을 읽는 것만으로 상상 플레이가 가능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항상 그런 '읽는 것 자체가 재미있는' 공략을 추구하고자 하지만, 일단 정발인 경우 스토리 및 대사를 다 빼놓게 되므로 참 어렵더군요 -_-;
아, 그런 일도 있었죠. 도대체 누가 어디서 퍼뜨린건지 정말 궁금해지는 악성 루머...
뭐, 그 동네에서는 발매일도 안 된 모 잡지의 공략이 모 잡지 공략보다 훨씬 낫다는 글도 올라오곤 했었죠.
적어도 티는 안 나게 해야지... -_-
장갑냐옹이 // 음, 뭐 군대 가 있을 때 쯤이면 또 공략하겠지요(...)
그나저나, 추가 공략 같은 건 제 맘대로 되는 게 아니라서요. 이번 디스가이아 2의 경우는 어떻겐가 되었지만...
SMoo // 전 용신 일당보다는 그네들을 찾아가는 길에 있는 쫄따구들이 훨씬 싫었습니다(...)
쫄따구에게 통상 공격 이외의 것을 사용하면 자존심이 상하지요 네
100 // 제가 마지막으로 했던 FF였던 8도 나름대로 몰볼 사냥과 알테마 채우기 등을 하면서 상당한 노가다를 뛰었던 기억이...
어쨋거나 8은 걸작입니다. 얀거스의 이상한 던전은 쳐다볼 생각도 없지만.
Diner // 빠바박의 경우는 그래픽 연출도 좀 있어도 좋았을 텐데 말입니다(...)
madmac // 캐릭터 디자인만 좀 바꿔주면 전 더 일찍 좋아했을지도요(...)
아니 뭐, 사실 DQ4의 세이브 사건이 제일 큰 문제였지만.
DQ7이고 FF9이고 '주인공만 아니었으면 100만장은 더 팔렸을' 텐데...
屍君 // 보여주세요!!!
독자에게 필자와 같은 집필 능력을 요구할 수는 없는 거지만, 그래도 말이 되는 딴지를 걸어야 납득할 텐데 말입니다.
R. // 젤다의 전설(1편)을 다시 만져보면서 감탄하는 거랑 비슷하려나요.
그나저나 괴조의 정체가 뭐였더라 -_-a
해보고 '역시 난 안돼 -ㅅ-' 이러면서 되팔아버리네요..
그나마 엔딩본게 SFC판 드퀘1,2의 1뿐..
그러고보니 저도 성검3을 따오국산을 샀다가 1차전직이후 세이브가 안되서
미친듯 클리어하고 한동안 게임을 접었었죠 -ㅅ-
라는것도 있고 늦게나마 링크 신고합니다 핫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