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엔 안 그랬는데 난 어느새 샴푸에 대단히 까다로운 사람이 되고 말았다.
자자손손 대대로 벗어날 길이 안 보이는 '곱슬머리'라는 혈통의 저주를 받은 몸인데다
(대체 곱슬머리 같은 게 왜 유전학적으로 우성인지 모르겠다.
우성 성질임에도 불구하고 인류 역사가 몇만년 이어져왔는데 아직도 곱슬머리의 수가 더 적은 걸 보면
-물론 인종의 차이는 있지만-
곱슬머리는 분명히 배우자를 맞이하고 자손을 남기는 데에 뭔가 불리하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는 게 내 이론이다)
스스로 그 점을 너무나도 혐오해서
대략 12년째 3개월마다 매직 스트레이트를 해대고 있는데
언젠가부터 소위 '머릿결을 풍성하게' '머리카락에 건강을' '볼륨 있는 머리' 요딴 문장이 들어가 있는 샴푸를 쓰면
98% 확률로 머리가 더 심하게 곱슬거리는 현상을 발견하였다.
덕분에 조금이라도 화려해보이거나 럭셔리해보이는 거의 모든 샴푸는 샀다가 피를 토하고 그대로 갖다 버렸다.
욕지거리를 하면서. ㅅㅂ 대체 일부러 머리를 꼬이게 만드는 샴푸는 뭐 하는 병신이야.
그러다보니 그나마 좀 덜 그런 것 같은 케라시스 염색손상모용말고는 쓸 수가 없게 되었는데...
이게 또 단순한 제품이라 그런지 갈수록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요즘 케라시스는 붉은색 통에 들어있는 럭셔리 오리엔탈 느낌의 샴푸를 밀어붙이고 있는 모양인데
그것도 한 번 썼다가 머리카락 꼬이는 거 보고 쌍욕을 하면서 갖다 버린 제품 중 하나)
그래도 어떻게든 조달해서 쓰고 있었다
근데 두어 달 전부터 두피의 상태가 심각해지는 걸 스스로도 느끼기 시작했고
단골 미용실에서도 그 얘기가 나와서 대충 상담을 해보니 일단 두피케어 계열 샴푸를 써보고
그래도 계속 나빠지면 피부과를 가보라고 했다.
그래서 예전에 샀다가 역시나 곱슬강화효과에 피 토하고 봉인해둔 케라시스의 두피케어 샴푸를 다시 쓰고 있는데
내가 로션이나 샴푸 세안제 트리트먼트 헤어엣센스 같은 미용?제품들은 '사용방법'을 읽어보고 쓰는 경향이 있다.
사실 뭐 대부분은 사용방법이랄 게 뻔해서 그냥 흥미 때문에 읽어보는 경우지만, 그래도 제작사가 주장하는
가장 '올바른(그게 가장 효과적이기도 하겠지. 물론 소모도 빨리 되는 방법이겠지만...)' 사용법, 사용량, 사용시간, 사용빈도 따위를 알아둬서 나쁠 건 없겠다는 생각도 있다.
그래서 요즘 샤워할 때마다 생각나면 지금 쓰고 있는 저 두피케어 샴푸의 사용법을 읽어보려고 하지만
글자가 너무 작은데다 샤워중이라 안경도 안 끼고 있고(난시가 심해져서 가까이 있는 글자도 안경 안 끼면 잘 못 읽음;)
샤워실 안이 방처럼 밝은 것도 아니어서 맨날 실패했다.
그러다 오늘은 작정하고 한 번 읽어봤는데
사용법 :
비듬, 가려움 등 두피 트러블의 완화 및 예방을 위해
두피케어용 밸런싱 샴푸와 린스를 사용하며
보다 확실한 비듬방지와 촉촉하고 윤기나는 머릿결을 위해
주 1~2회 두피케어 앰풀을 사용
...내가 원한 건 주 몇 회, 양은 대략 어느 정도, 몇 분 동안 맛사지하고... 이런 것들이었는데
뭐 샴푸 쓰는 방법 모르는 인간 어딨냐고 제대로 설명 안 해주는 건 그렇다치고
지네 자매품들 광고만 하냐... 어휴 지금이야 두피 때문에 두피 케어 제품 쓰는 중이니까 다른 회사 것도 써도 되겠지만
두피 회복되고 나면 케라시스 꺼만 계속 써야 할 텐데
바꿀 수도 없고.... 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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